여 주  주 택

2017-2018

여주 주택의 건물주는 평생을 함께 보낸 두 자매이다. 두 자매는 어릴 적 이 곳(집터)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오래 전 서울로 올라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다시 이 곳으로 회귀하고자 했다. 건물주 두 분의 의뢰 내용은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작고, 단순하고, 좋은 집” 이었다. ‘좋은 집’의 의미는 각자에게 다른 상상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건물주 두 분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서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30여년의 건축적 경험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집을 계획하고 짓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일생에 한번 이거나 없을 수도 있는 일이니, 그 동안 꿈꾸어왔던 크고 작은 소망이 현실로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일년 여의 시간 동안 크고 작은 결정들을 내게 맡겨 주었다. 그러한 소망과 욕심을 건축적('좋은집')으로 완성하는 것은 건물주와의 중요한 약속 이고, 그 약속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약속이기도 하다. 집은 지금의 만족은 물론이고 앞으로 그 집에서 채워지는 미래의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이트 : 425㎡ (128.5PY)

건축면적 : 82.39㎡(24.92PY) 각 1채

연면적 : 122.05㎡(36.9 PY)  각 1채

건폐율 : 19.39% (법정60%)

용적률 : 28.72% (법정180%)

하나의 대지에 두 가족의 집을 계획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시작의 순간에 떠올린 생각은, 삶과 건축을 분리하는 것 보다는 삶의 방식, 또는 행위를 건축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우선 기능적으로는 집과 집사이의 거리를 최대로 하는 것, 길에서 집의 입구가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주방과 마당의 자연스러운 연결, 침실의 사생활 보호 등 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렇게 대지 위에 두 채의 집이 자리잡았고, 평면과 단면 또한 그러한 기준으로 정해졌다.

두 집은 닮아 있다.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두 집의 다른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두 집의 대부분이 닮은 까닭에 집의 내부에서 외부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 한다. 닮은 듯 다른 두 자매의 삶처럼 집 밖에서 집을 보고 내부로 들어가 밖을 보면 다시 집의 외부를 목격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험을 통하여, 현재 정주하는 장소의 불분명함을 인식하고 주변의 크고, 작은 사물들을 다시 한번 진중하게 살펴보게 된다.

땅의 모양은 동, 서로 길고 남, 북으로 짧다. 서쪽으로 차도가 있어 으레 서쪽으로 출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동쪽으로는 이웃집의 밭이 있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 넓은 영역이 확보 된다. 마당이 자리잡기 적당히 좋은 여건 이었다. 집의 기본적인 모양과 배치의 방법은 땅의 모양대로 동, 서로 길다. 당연히, 서쪽에 주차장을 배치 하였고, 경사로를 따라 서쪽으로 오르면 집의 주 출입구에 도착한다. 주 출입구는 주차장에서 멀다. 차량으로 집의 입구 앞까지 도달할 수 있게 경사로를 계획하였지만 주차된 자동차와 집은 되도록 분리 하고자 하였고, 집의 바닥과 주차장의 바닥이 같은 높이에 있는 것 또한 피하려고 하였다. 한국인은 보통 좌식 생활을 하기에 주차장과 실내의 바닥 높이가 동일한 것은 왠지 어색하고, 내부에서 외부를 조망할 때의 눈높이의 차이를 주고자 했다.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외부가 보이는 커다란 창과 마주하게 되고 잠시 진행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창의 좌, 우측으로는 침실과 주방이 있다. 집의 입구에서 주방 바닥은 계단 4개를 내려가는 높이의 차이를 두어 서쪽에 있는 차도와의 가시적, 심리적 거리와 안정감을 갖게 하였다. 주방에서 연결되는 마당은 식물을 심어 가꾸는 정원보다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마당의 기능으로 생각 하였다. 바닥은 작은 돌과 큰 돌의 조합으로 계획하였고 단풍나무 두 그루를 식재 하였다. 마당에서 주차장이 있는 입구까지의 거리는 가장 멀다. 2층에는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옥상마당이 있다. 침실과 옥상마당 사이에는 열린 듯 닫힌 전이 공간(Intermediate Space)을 두어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옥상마당은 그늘진 공간의 가치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개인적인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기를 기대 하였다.

집의 기능은 보통의 건물들과는 엄연히 다르며 차별화 되어야 한다. 요즈음 지어지는 집들은 보편적 편리성과 보편적 아름다움을 추종하며 개인주택을 아파트와 같은 기능적 주택으로 지어지고 있지만 21세기에 새롭게 탄생하는 주택이 2차대전 이후 뉴욕 롱아일랜드에 지어진 래빗(Levitt Town) 주택단지의 전형이 되어서는 안될 것 이다.

 

집은 집다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집의 형태나 재료, 색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거주(Dwelling)와 주거(Residence)가 다르듯이, 집은 집주인의 고유한 이야기와 특성이 내재되어야 하고, 그 이야기는 건축적 공간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여주 주택은 고유한 이름이 없다.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건축가의 욕심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작품에 번호를 부여하듯 집을 다루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집이 무언가를 상징해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은 집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주소 :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초현리 494-12

구조 : 경량 목구조 

주재료 : 청고벽돌, 징크

설계기간 : 2017.12~2018.04

시공기간 : 2018.5~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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